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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진단 후 첫 결정까지] 빅5 vs 지역2차 병원 비교, 6개월 대기, 수술 전 해야할 일들

by ggwari87 2025. 7. 10.

지난 5월 12일, 유선으로 세포흡인검사 결과를 듣게 되었습니다. “갑상선 유두암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가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마음이 가라앉을 틈도 없이, 곧바로 여러 병원에 초진 예약 전화를 돌렸습니다. 영남대와 경북대는 초진만으로도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고, 그 긴 대기 시간에 암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제외했습니다. 대신 신촌 세브란스(6/13)와 강남 세브란스(6/25)로 초진 예약을 걸어두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최대한 많은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서울 빅5 vs 지역 2차병원

그러던 중, 5월 15일에는 대구의 구병원 전** 선생님께 초진을 받았습니다. 진료 후 수술 일정을 빠르게 조율하였고, 수술 전 검사까지 6월 2일로 예약을 완료했습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6월 13일, 예정대로 신촌 세브란스에 다녀왔습니다. 남편과 함께 휴가를 내고 서울로 향하며, 마음속에서는 여러 생각이 오갔습니다. “이미 수술 병원도 정해졌는데, 굳이 KTX 타고 서울까지 다녀와야 하나?”, “그래도 혹시 다르게 보는 점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 호기심과 확신의 균형 어디쯤에서 ‘그래도 가보자’는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촌세브란스 암병원에서의 대기 모습입니다. 직접 촬영하였습니다. 식별할 수 있는 일반인의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 하였습니다.
신촌세브란스 진료 대기 중 찍은 사진. 접수부터 진료까지의 과정이 매우 체계적이었습니다.

 

✔️초기는 맞지만, 새로 다 해야 한다

신촌 세브란스에서의 진료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준비해간 초음파와 병리 결과지로는 의료진이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정확한 피드백을 위해서는 다음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1) 조직 슬라이드 원본 재판독

🧬 조직 슬라이드 원본 재판독이 필요한 이유

세부 병리 진단의 정확성 확보 세포흡인검사(FNA) 결과만으로는 세포학적 소견(Bethesda 분류 기준 등)은 확인되지만, 보다 정밀한 판단을 위해서는 병리 슬라이드의 원본 조직을 병리 전문의가 직접 재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같은 슬라이드라도 병리의 숙련도, 병원마다의 판독 기준에 따라 결과 해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술 여부 및 범위 판단에 영향 세포 형태, 핵의 구조, 분화 정도, 유두암의 특성(예: tall cell variant 등) 여부에 따라 수술 범위(반절제 vs 전절제)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추가 면역조직화학검사(IHC)를 통해 유전적 변이(BRAF 등) 가능성도 점검할 수 있어 치료 방향에 영향을 줍니다. 상급병원 진료 시 요구되는 표준 절차 서울대병원이나 세브란스 등 대형 병원에서는 외부 조직 슬라이드 재판독을 통해 진단 일관성을 확보하고, 자체 병리 시스템에 기록을 남겨 환자 진료를 일원화합니다. 이는 차후 수술, 항암치료, 경과관찰까지 이어지는 모든 프로세스에서 의료적 책임과 판단의 근거로 작용합니다. 이미 타 병원에서 확진을 받은 경우라도, 최종 수술을 진행할 병원에서 재판독을 통해 자체 기준의 확진 여부를 직접 확인함으로써, 수술 전 환자 본인의 동의와 안심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이는 *“내가 정말 수술이 필요한 상태인가?”*에 대한 이중 확인이 되는 셈입니다.


(2) CT와 초음파를 병원 내에서 다시 촬영

🏥 CT와 초음파를 병원 내에서 재촬영하는 이유

영상 해상도 및 장비 차이로 인한 진단 정밀도 확보 병원마다 사용하는 영상장비의 사양과 세팅이 다르기 때문에, 외부에서 촬영된 영상은 해상도가 부족하거나, 병원의 판독 시스템과 호환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수술 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해당 병원에서 신뢰하는 장비와 프로토콜로 직접 촬영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수술 집도의와 병원 내 영상의학과의 긴밀한 협진 체계 구축 수술 전, 영상의학과에서 직접 촬영한 영상은 해당 병원 의료진 간 공유 및 회의(MDT: 다학제 진료)가 용이합니다. 초음파나 CT를 통해 수술 범위, 위치, 주변 장기(예: 기관, 성대신경, 임파선)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 수술 리스크를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필수적입니다. 전이 여부 및 병기(Stage) 확정을 위한 병원 자체 판독 기준 적용 특히 갑상선 유두암의 경우, 림프절 전이나 주변 조직 침범 여부가 병기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수술 방식뿐 아니라 예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병기 설정의 일관성과 책임을 위해 병원 내에서 다시 촬영하고 병원 기준으로 판독하게 됩니다. 기존 영상의 불완전성 또는 촬영 시점의 시간차 보완 외부 병원에서 촬영된 영상이 너무 오래되었거나, 촬영 시 결절이 작아 상세하게 보이지 않았던 경우, 수술 전 최신 상태의 병변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업데이트된 재촬영이 필요합니다. 보험청구 및 법적 책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대형병원에서는 자체 영상과 기록을 기준으로 진단과 수술을 진행해야 이후 의료사고, 합병증, 추적검사 시 법적 책임 소재와 보험 청구 기준을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외부 자료에만 의존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담당 교수님께서는 제 상태가 매우 초기에 해당하며, 혈관 상태도 깨끗해 보여 반절제 수술로 충분할 것이라는 소견을 주셨습니다. 결론적으로, 수술 계획 자체는 구병원과 동일했습니다. 다만, 교수님은 그 외에 특별한 의견이나 이야기를 덧붙이지는 않으셨습니다.

 

✔️신촌 세브란스에서 수술하려면… 6개월 대기..?

 

다만 세브란스에서 수술을 받으려면 12월쯤에야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암’이라는 단어와 ‘6개월 대기’라는 시간은 서로 너무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세브란스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진, 응급상황 발생 시 협진 가능,
그리고 ‘세브란스’라는 이름 자체가 주는 신뢰감. 하지만 저는 이미 마음 속에 결론을 내고 기차에 올랐던 터였습니다. “암을 반년간 달고 있는 것은 나에게 맞지 않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타이틀’보다는 ‘타이밍’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래의 계획대로, 대구 구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신촌 세브란스의 회전문을 나서는 순간, 문득 전영산 선생님의 그 함박웃음이 떠올랐습니다. 하회탈처럼 환하게 퍼지는 눈웃음. 차분하고 친절한 설명 그리고 필요한 정보를 딱 맞게 건네주시는 전달력. 그 모든 기억이 마음 깊은 곳에서 다시금 떠오르며, 제 결정을 더욱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결국 저는 서울을 한 번 돌아 대구로 돌아왔고, 그 여정을 통해 제 마음은 더 단단해졌습니다. 잘 들여다봤고, 충분히 비교했고,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기에 후회도, 미련도 없습니다.

 


✔️수술을 기다리며 해야 할 일들

건강하게 수술을 받고, 다시 회복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일. 저는 지금 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준비라는 것이 단지 검사와 입원 일정을 맞추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정서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스스로를 정돈하고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별일 아닐 수 있는 진단이지만, 제게는 너무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동안 제게 '건강'은 당연한 배경이었습니다. 늘 바빴고, 늘 잠이 부족했으며, 늘 나중에 쉬면 된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제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배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암이라는 존재는 삶을 '선택의 연속'으로 만듭니다. 어떤 병원을 선택할지, 어떤 수술을 받을지, 누구와 이 시간을 함께할지. 그리고 결국엔 나 자신과 어떻게 동행할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저는 이 경험을 통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은 "나를 믿고, 내 감각을 따르는 것"임을 다시금 확인하고 있습니다. 수술 전까지 남은 이 시간 동안, 업무를 정리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하루하루의 루틴을 소중히 지켜가며 제 삶의 중심을 다시 세워보려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과정을 기록하며 제 안의 감정들을 그대로 마주하고 흘려보내는 연습을 해보려 합니다. 두렵지만, 동시에 감사한 시간입니다. 두려움은 저를 움츠러들게 했고, 감사는 저를 다시 펴게 했습니다. 이 여정이 끝나고 나면 조금 더 단단하고,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런 나로서, 다시 누군가의 용기가 되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