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조기 발견이 나에게 남긴 것들(유즙성 양성 결절, 하시모토갑상선염, Bethesda 3단계, 5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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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극복하기

갑상선암, 조기 발견이 나에게 남긴 것들(유즙성 양성 결절, 하시모토갑상선염, Bethesda 3단계, 5단계)

by ggwari87 2025. 7. 10.

2025년 5월 13일, 월요일 오후 2시. 점심 식사 후 나른함이 밀려오던 시간, 053으로 시작하는 낯선 전화번호가 울렸습니다. 전화를 받으니, 송** 원장님이셨습니다. 차분하고 신중한 말투로 말씀하셨습니다. “놀라지 마시고 들으세요. 세포흡인검사 결과, 갑상선에 유두암 소견이 나왔습니다.” 그 순간 심장이 조여들었습니다. ‘갑상선… 유두암… 그게 나라고?’ 머릿속이 하얘지고, 손끝이 차가워졌습니다.

세포흡인검사를 하는 모습일 일러스트로 그렸습니다.
세침흡인검사는 가는 바늘로 혹이나 결절에서 세포를 채취해 암 여부를 진단하는 검사입니다.

✔️유방은 다행히 ‘유즙성 양성 결절’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유방 쪽 결절은 유즙성 양성 결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유방암이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유즙성 양성 결절은 말 그대로 모유나 유즙이 배출되지 않고 관에 고여 생기는 양성 종양입니다. 주로 수유기 여성에게 나타나며, 수유 종료 후에도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무려 31개월이나 수유를 했답니다!) 초음파 상으로는 양성 결절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며, 특별한 통증이나 크기 증가가 없다면 큰 문제 없이 경과를 관찰하면 된다고 설명받았습니다. 양성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그렇게 큰 위안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괜찮습니다’라는 한마디가 얼마나 따뜻하고 고마운 말인지 다시 느꼈습니다.

 

✔️그러나, 갑상선암은 여전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고 흔히들 말합니다. 성장 속도가 느리고 예후도 좋은 편이기에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착한 암이라고 해도, 결국 암은 암입니다. 왜 하필 저일까. 그 질문이 계속 마음속에서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조기에 발견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갑상선 결절은 0.4cm의 결절은 5단계 의심 소견, 1.6cm 결절은 3단계 비정형 소견으로 진단되었습니다. 전이 소견은 없다는 설명도 함께 들었습니다. 이보다 더 빠른 시점에 발견하기는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송** 원장님께서는 “정말 복이 많으신 겁니다”라고 덧붙여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문득 떠오른 장면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번 초음파는 유방만 보려던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원장님께서 너무 세심하게 초음파를 봐주시는 모습에 즉석에서 “갑상선도 한번 봐주세요”라고 말씀드렸고, 그 덕분에 갑상선암이 조기에 발견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우연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분명한 ‘복’이었습니다. 딸아이는 여섯 살, 아기티를 벗고 감정 표현도 풍부해지고 엄마를 위로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조금 더 어렸다면, 저는 지금보다 더 무너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 시기에 발견된 것도 저에게는 큰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기발견. 그래도 병원은 바로 알아보았습니다.

회사의 동료 중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분이 있어 가장 먼저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동료는 약 5년 전, 반절제 수술을 로봇수술로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때 처음 ‘로봇수술’이라는 말을 들었고, 모르는 단어와 정보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바로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 6월 13일 신촌 세브란스 이** 교수님 초진 예약
  • 6월 25일 강남 세브란스 이** 교수님 초진 예약

경북대병원은 초진 대기만 해도 8월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하였고, 영남대병원은 의료파업 여파로 해당 교수님이 유방암 진료만 보고 계시다고 했습니다. 회사 내 갑상선 수술을 받은 동료만 해도 10명 이상입니다. 이 정도면 정말 흔한 병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도대체 왜 암에 걸렸을까요?

저는 그 이유를 자꾸 되묻게 됩니다.

  • 일에 몰두하다 보니 잦은 새벽 취침
  • 운동에 대한 집착으로 무리한 아침 루틴
  • 하루 두세 잔씩 마신 커피
  • 항상 마음속을 가득 채운 업무 스트레스

분명 하나의 원인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수술 후 남은 갑상선에서도 언젠가 또 암이 자랄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2025년 5월 12일을 마지막으로 커피를 끊었습니다. 이제는 수면의 질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밀가루 섭취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내 몸의 회복과 안정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하나씩 덜어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고 하시모토 갑상선염

2025년 5월 15일, 진료 중 ‘하시모토 갑상선염’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면역세포가 자신의 갑상선을 공격해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저의 경우는 갑상선이 정상보다 비대해져 있고, 목 아래 임파선이 한 쪽만 부어 있는 소견이 있어서 가능성을 의심해보자고 하셨습니다. 암뿐만 아니라 자가면역의 관점에서도 생활 전반을 점검하고 고쳐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혹시 저처럼 같은 상황에 처해 계신 분들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고 위로를 받으실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부터라도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회복의 방향으로 걸어가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