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회사에 입사하고 처음 받았던 건강검진. 이 때 난생 처음 갑상선 초음파 검사도 받았었습니다. 당시엔 무심히 넘겼지만, 지금 다시 보면 분명 신호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엔 ‘그럴 수도 있겠지’라며 지나쳤습니다. 통증도 없었고, 병원에서도 별말이 없었기에 걱정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1년 후 추적관찰 요함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놀랍게도 그 결절은 이후 10년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며 제 몸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처음엔 1.7cm, 이후 1.6cm, 1.8cm, 2.0cm… 조금씩 모양을 바꾸며, '나 여기에 있어요!' 하며 존재를 이어갔습니다.
🔎 (2012~2024) 갑상선 초음파 결과
✔ 대구 KMI | 2024. 7. 19.
갑상선 양엽실질 불균일하게 관찰
갑상선 좌엽 저음영결절(미세석회 동반 0.5*0.4cm, 0.4*0.4cm)
✔ 우리원헬스케어 | 2023. 7. 19.
갑상선 실질이 불균질하게 관찰(염증등 미만성 질환 흔적 의심)
좌엽 경계가 불규칙하고 키가큰(taller than wide) 저에코 결절, 약 0.4 * 0.28 cm (K-TIRADS 4, intermediate suspicion)
좌엽 복합에코 결절 : 1.8 x 0.6cm (K-TIRADS 3)(Low suspicion)
note) 이전 검사의 우엽 저에코 결절 소견은 뚜렷이 관찰되지 않음
✔ 우리원헬스케어 | 2019. 7. 15.
갑상선 실질이 불균질하게 관찰(염증등 미만성 질환 흔적 의심)
좌엽 복합에코 결절 : 2.0 x 0.7cm (K-TIRADS 3)(Low suspicion)
우엽 저에코 결절 : 0.4cm (K-TIRADS 3)(Low suspicion)
note) 과거 검사와 비교시 큰변화 없음
✔ 우리원헬스케어 | 2018. 9. 7.
갑상선 실질이 불균질하게 관찰.(염증등 미만성 질환 흔적 의심)
좌엽 복합에코 결절, 2.0 x 0.8cm(indeterminate) - 이전에 보이던 결절 두개가 붙어있는 양상으로 보임.
우엽 저에코 결절, 0.3cm(indeterminate)
✔ 우리원헬스케어 | 2017. 10. 13.
좌엽 혼합에코 결절: 1.2*0.73cm (indeterminate)
좌엽 혼합에코 결절: 0.89cm (indeterminate)-추가
✔ 우리원헬스케어 | 2016. 12. 16.
좌엽 혼합에코 결절 1.2cm (indeterminate)
✔ 우리원헬스케어 | 2015. 10. 26.
좌엽 혼합에코결절 약 1.82*0.73cm(indeterminate)
✔ 우리원헬스케어 | 2014. 12. 20.
좌엽-등에코결절(with hypo. rim) 약 1.63*0.8cm
✔ 우리원헬스케어 | 2013. 8. 1.
좌엽-등에코결절(with hypo. rim) 약 1.63*0.8cm
✔ 우리원헬스케어 | 2012. 10. 9.
갑상선 실질 다소 거칠게 관찰 / 좌엽 저에코띠를 가진 동등에코결절 1.77x0.65cm
2013년부터 2019년까지의 초음파 결과지는 하나같이 유사했습니다. “복합에코 결절”, “혼합에코”, “불균질한 실질”… 결절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크기 변화는 거의 없었고, K-TIRADS 기준으로도 3단계(저위험)에 해당한다며 정기 추적만 권고되었습니다. 앞선 글에서 적었다시피 유방암은 가족력이 있었기에 매년 신경 써왔지만 갑상선은 정말 관심 밖이었습니다. 덤으로 보는 정도였지요. 그러다 2020년에 첫 출산을 하였고, 복직하고 3년만에 받은 2023년 건강검진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 처음으로 결절이 말을 걸어온 순간 , 미세석회의 등장
“좌엽에 taller-than-wide 결절, 경계 불규칙, K-TIRADS 4.”
그리고 2024년에는 “미세석회(microcalcification)를 동반한 저에코 결절”이라는 표현이 붙었습니다. 이쯤 되니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10년 가까이 지켜본 결절이 드디어 ‘말’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의학적으로 미세석회는 유두암의 특징 중 하나이며, taller-than-wide 결절 또한 악성 가능성이 높은 소견이었습니다. 하지만 미세석회 소견을 보고서도 여전히도 갑상선에 대해서는 무감각했습니다. 주변에 갑상선에 혹 하나 달고있지 않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2025년 봄에 갑상선 세포흡인검사를 받은 것조차 겨드랑이 혹 때문에 유방외과를 찾았다가 엉겁결에 갑상선 초음파를 보게되면서 시작된 것이었지요. 그리고 그 결과, 좌엽의 0.4cm 결절에서 갑상선 유두암(Bethesda VI) 확진을 받았습니다. 같은 날 검사한 1.6cm 결절은 Bethesda III로 불확실 판정을 받았지만, 10년 이상 존재해온 만큼 역시 수술 대상으로 고려되었습니다.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암’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압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이 모든 과정의 핵심이 보였습니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나타난 또 다른 신호: T3 저하와 하시모토의 그림자
같은 해 진행한 갑상선 기능검사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TSH와 Free T4는 정상 범위였지만, T3 수치가 0.70으로 경도 저하되어 있었습니다. T3는 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으로, 이 수치가 낮다는 것은 기능 저하증의 초기이거나, 다른 이상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 결과를 본 후, 저는 한 가지를 더 떠올렸습니다. 하시모토 갑상선염(Hashimoto’s thyroiditis)이라는 자가면역질환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갑상선을 공격하는 질환으로, 불균질한 실질, 저에코 결절, T3 저하 등이 자주 동반됩니다. 지금까지의 제 초음파 소견과 혈액검사 결과는 하시모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를 확진하려면 항체 검사(Anti-TPO, Anti-Tg)가 필요하며, 아직 해당 검사는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제 상태는 “하시모토 가능성 있음”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결절을 지켜본 시간, 스스로를 지켜낸 시간
되돌아보면, 저는 제 몸이 보내는 신호를 10년 넘게 지켜보며 기록하고, 기다리고, 결국 스스로 암을 발견해낸 셈입니다. 이 암은 제 기록이 만든 발견이며, 이 기록은 스스로를 지켜낸 증거입니다. 이제 저는, 두려움보다 믿음을 가지고 다시 제 몸을 향해 귀를 기울이려 합니다. 내 몸은 오랫동안 조용히 말해왔고, 저는 그걸 듣는 사람이 되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두려움이 아닌, 감사와 연결의 언어로 몸과 마음을 다시 쓰는 시간을 시작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