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이나 유방암, 위암 등 다양한 암을 진단받은 분들 중에는 “암세포가 도대체 언제부터 자라고 있었던 걸까?”라는 궁금증을 갖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우리 몸 안에서는 생각보다 자주, 암세포와 유사한 비정상 세포가 생겨납니다. 그런데 모두가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습니다. 왜일까요? 그 중심에는 우리가 흔히 ‘면역세포’라 부르는 자연살해세포(NK cell)와 T세포가 있습니다. 이들은 평소 눈에 띄지 않지만, 우리 몸속에서 24시간 순찰을 돌며 위험한 세포를 감지하고 제거하는 전문 요원과 같은 존재입니다. 오늘은 이 똑똑한 면역 세포들이 어떻게 암세포를 ‘감지’하고, 그 위험을 사전에 막아내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의 신분증’을 위조합니다
우리 몸의 정상 세포는 표면에 ‘나는 정상 세포입니다’라는 신분증 역할의 단백질(MHC 클래스 I)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암세포는 이 신분증을 일부러 없애거나 변형시켜 자신을 숨기려 합니다. 이때 등장하는 주인공이 자연살해세포(NK cell)입니다.
NK세포는 “어라? 왜 신분증이 없지?”라고 의심하며, 신분증이 없거나 비정상적인 세포를 바로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건물 경비원이 출입증 없이 들어온 사람을 바로 단속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 덕분에 암세포는 초기 단계에서 발각되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T세포는 ‘지문’을 기억하고 추적합니다
T세포는 NK세포보다 좀 더 정교하게 움직입니다. 암세포가 신분증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내용이 위조되었거나 수상한 패턴일 경우, T세포는 이를 분석하고 기록합니다. 특히 ‘세포독성 T세포’(Cytotoxic T Cell)는 특정 암세포의 단백질 정보를 기억해뒀다가, 다음에 같은 세포가 나타나면 정확하게 표적을 찾아 공격합니다. 즉, T세포는 ‘암세포 전과자 리스트’를 갖고 순찰을 도는 과학수사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세포들이 잘 작동하면 암세포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전에 사라지며, 우리 몸은 암 발생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은 이들의 감지력을 떨어뜨립니다
하지만 이 정교한 방어 시스템도 지속적인 스트레스, 수면 부족, 노화 등으로 인해 약화될 수 있습니다. NK세포와 T세포는 면역력이 떨어질수록 활동성이 감소하며, 암세포가 몸속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밤샘 근무나 수면 부족이 지속될 때 감기 바이러스에 쉽게 걸리는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시죠? 마찬가지로 암세포 역시 면역 감시가 약해진 순간을 틈타 증식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규칙적인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는 단순한 생활습관 개선이 아니라, 암을 예방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감시 시스템을 지키는 건 ‘생활 루틴’입니다
암은 단숨에 찾아오지 않습니다. 수많은 세포 복제 과정에서 생긴 작은 오류 하나가 점점 증식하고, 우리 몸의 감시망이 뚫리는 순간, 비로소 암으로 발전합니다. NK세포와 T세포는 그 경계를 지키는 최전선의 병사들이지만, 이 병사들이 활발히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일상 루틴입니다. 균형 잡힌 식사, 꾸준한 운동, 규칙적인 수면, 긍정적인 감정 상태는 면역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면역 세포가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우리의 생활을 조율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암 예방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