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던 어느 날, ‘셀레늄’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초음파와 조직검사, 식단과 보충제에 대해 고민하던 제게 셀레늄은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이름이었습니다. 수술 이후의 내 몸에서 이 미량영양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 셀레늄이란?
셀레늄(Selenium)은 인체에 필수적인 미량 무기질로, 항산화 효소(글루타티온 퍼옥시다제), 갑상선호르몬 대사, 면역조절 등 다양한 생리적 기능에 관여합니다. 비록 소량만 필요하지만, 부족하거나 과다한 경우 모두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양날의 미네랄’입니다.
✔️ 갑상선과 셀레늄의 관계
갑상선은 체내에서 셀레늄 농도가 가장 높은 기관 중 하나입니다. 이는 갑상선 내에서 셀레늄이 다음과 같은 핵심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 T4(Thyroxine)를 T3(Triiodothyronine)로 변환하는 데 필요한 탈요오드화 효소(deiodinase)의 구성 요소
- 활성산소(ROS)로부터 갑상선 조직을 보호하는 항산화효소(글루타티온 퍼옥시다제, 티오레독신 환원효소)의 핵심 미네랄
- 자가면역 반응 조절 및 염증 억제 기능
즉, 셀레늄은 갑상선의 기능, 구조 안정성, 면역 균형 유지에 있어 매우 중요한 미량 영양소입니다.
✔️ 셀레늄 결핍과 갑상선질환
✅ 자가면역성 갑상선염 (하시모토병, 그레이브스병)
여러 연구에서 셀레늄 농도가 낮을수록 갑상선 자가면역 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되었습니다.
- 2010년대 유럽 연구에서는 셀레늄 보충이 항TPO 항체 수치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다수 보고됨
- 특히 하시모토 갑상선염 환자에서 글루타티온 퍼옥시다제(GPX) 활성과 셀레늄 농도가 낮은 경우가 많음
단, 이 효과가 항체 수치 변화에 국한되고, 갑상선 기능(호르몬 수치) 자체의 회복까지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 갑상선 결절 및 암
셀레늄이 갑상선 내 산화스트레스를 억제함으로써 결절 형성 및 암세포 생성 억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결과는 다음처럼 다소 모순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 셀레늄과 갑상선암: 연구 동향
✅ 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견해
- 중국, 폴란드, 이탈리아 등 셀레늄 결핍 지역에서는 갑상선암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보고 있음
- 일부 코호트 연구에서는 혈중 셀레늄 농도가 낮은 그룹에서 갑상선 유두암(Papillary carcinoma) 발생률이 높았다는 결과 제시
- 항산화 작용이 DNA 손상을 억제하고, 변이세포의 생존율을 낮춘다는 기전적 설명 가능
✅ 특별한 연관성 없다는 견해
- 미국과 독일 등 일부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혈청 셀레늄 농도와 갑상선암 발병률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었다고 보고
- 셀레늄 농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갑상선암 예방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 존재 “A prospective study of serum selenium levels and thyroid cancer risk” (JAMA, 2017) 👉🏻 미국 여성 8만 명 추적 결과: 혈중 셀레늄 수치와 갑상선암 발병률 간 직접적 상관관계 없음
✅ 고농도 셀레늄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
- 셀레늄이 과잉 상태일 경우, 활성산소를 과도하게 억제하여 면역 균형이 깨지거나, 체내 금속 이온과 상호작용해 독성 증가 가능성이 제기됨
- 일부 연구에서는 셀레늄 과다 복용이 당뇨병, 탈모, 위장장애, 신경독성과 연관된 사례도 보고됨
✔️ 셀레늄 보충요법: 언제, 어떻게?
✅ 보충이 고려되는 경우
- 자가면역 갑상선염에서 항체 수치가 높고, 혈중 셀레늄 농도가 낮을 경우
- 결절성 갑상선질환으로 진행 중이고, 혈중 셀레늄 수치가 정상 하한 이하일 경우
✅ 임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량
- 셀레늄 메티오닌 형태의 100~200μg/일 (유기화합물이 흡수율이 높음)
- 보통 3~6개월 복용 후 항체 수치, 갑상선 기능 재검사
※ 갑상선암 치료 후 장기적 재발 억제를 위한 목적으로 셀레늄을 정기 복용하는 것은 현재 권고되지 않음
✅ 부작용과 과잉 복용 위험
- 셀레늄 1일 상한 섭취량은 400μg입니다. 이 이상 복용 시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탈모, 손발톱 손상 | 모낭 독성 반응 |
마늘 냄새 구취 | 셀레늄 특유의 대사 부산물 |
피로감, 위장불편, 신경 과민 | 중추신경계 영향 가능 |
✔️ 셀레늄 섭취 방법 및 식이 정보
브라질너트 (1알) | 68~90 μg |
달걀 | 약 10 μg |
참치, 고등어, 연어 등 생선류 | 30~50 μg |
통밀빵, 현미 | 10~20 μg |
간, 육류 | 20~40 μg |
참고로, 브라질너트 1~2알이면 1일 필요량을 거의 채울 수 있습니다. 과량 섭취는 쉽게 상한치를 넘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합니다!
✔️셀레늄, 균형이 핵심입니다
셀레늄은 갑상선 호르몬 대사, 항산화 작용, 면역조절 기능에 있어 필수적인 미량 원소입니다. 특히 갑상선 조직은 체내에서 셀레늄 농도가 가장 높은 기관 중 하나로, 이는 그만큼 셀레늄이 갑상선 세포의 안정성과 기능 유지에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갑상선암의 예방 또는 수술 후 재발 방지에 있어 셀레늄의 효과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관된 인과관계나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확립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저셀레늄 상태가 암세포 성장과 관련된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반대로 고농도 셀레늄 섭취가 특별한 이점을 주지 않는다는 보고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자가면역성 갑상선질환, 특히 하시모토 갑상선염이나 그레이브스병과 같은 질환에서는 면역 균형을 조절하고 항체 수치를 낮추는 데 셀레늄이 보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이는 셀레늄이 면역세포의 산화활성도를 조절하고, 갑상선에 대한 과도한 공격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셀레늄은 '많을수록 좋은' 영양소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과잉 섭취 시에는 오히려 탈모, 손발톱 손상, 위장 장애, 신경 과민, 심지어 당뇨병 발생 위험 증가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체내 축적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장기 복용 시 반드시 의료진의 진단 및 혈중 농도 확인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갑상선 수술 또는 치료 후 셀레늄 보충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식품 중심 섭취 또는 저용량 보충제(하루 100~200μg 수준)부터 신중하게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브라질너트 한두 알, 고등어 같은 등푸른 생선, 달걀, 통곡물 등으로도 1일 권장량을 무리 없이 충족할 수 있으며, 이처럼 자연스러운 식단 안에서 셀레늄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입니다.
셀레늄은 조용히 몸 안에서 작동하며, 우리가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천천히 도움을 주는 존재입니다. 때문에 더더욱 균형감 있게, 그리고 주의 깊게 다가갈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