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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삶을 설계할 수 있다면 무엇부터 바꿀까?(불완전한 세계, 삶의 디자이너)

by ggwari87 2025. 7. 25.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은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려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상상은 대체로 막연하게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현실은 이미 정해진 조건 안에서 선택하고 조율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심즈(Sims)’라는 시뮬레이션 게임은 독특한 실험 공간이 됩니다. 이 게임은 집을 짓고, 직업을 고르고, 인간관계를 설계하며 플레이어가 자신의 세계를 마음껏 조율할 수 있게 해줍니다. 가상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형태는 결코 가상이 아닙니다. 그곳은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삶의 설계도’가 투영되는 곳입니다.

 

조정 가능한 세계에 끌리는 이유

현실의 삶은 늘 예측할 수 없는 변수로 가득합니다.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원치 않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며, 불완전한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와 달리 심즈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명확하게 조율됩니다. 배가 고프면 요리를 하면 되고, 관계가 틀어지면 사과하거나 무시하면 됩니다. 그 단순한 설정 속에서 우리는 복잡한 현실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통제감을 느끼게 됩니다. 통제 가능한 세계는 안정감을 줍니다. 삶이 흔들릴 때일수록 사람들은 더욱 심즈 같은 시뮬레이션 세계에 몰입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는 불확실성을 견디기 어려운 인간의 본능적인 회피이자, 통제를 향한 갈망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심즈를 하다 보면, 점차 자신의 취향이 드러납니다. 어떤 이는 큰 집과 고급 인테리어에 집중하고, 또 어떤 이는 명예와 직업적 성공을 쫓으며 캐릭터를 성장시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가상의 캐릭터들이 결국 자신이 꿈꾸는 삶의 요소들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억눌린 욕망일 수도 있고, 현실에서는 포기한 가치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그리는 ‘이상적인 삶’에는 어떤 요소가 들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금 내 삶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자문해 보게 됩니다. 어쩌면 심즈는 삶을 유희로 바꾼 게임이 아니라,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을 들여다보는 거울일지도 모릅니다.

‘설계’할 수 있다는 환상과 실존의 질문

물론 현실은 게임과 다릅니다. 클릭 한 번으로 인간관계를 회복하거나, 하루아침에 진로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마치 게임처럼 내 삶도 ‘다시 설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만약 내 삶을 처음부터 설계할 수 있다면, 나는 무엇부터 바꿀 것인가? 외모일까, 직업일까, 가족환경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가치 체계일까? 이 질문은 단지 게임 속 상상이 아니라, 나의 존재와 선택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집니다. 어쩌면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전면적인 재설계가 아니라, 현재의 삶을 더 잘 이해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선택을 감행할 수 있는 용기인지도 모릅니다.

결국, 우리는 삶의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

심즈는 선택을 단순화시켜 보여주는 도구입니다. 그러나 이 단순함 속에는 핵심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시간을 반복하는 듯해도, 실은 수많은 ‘작은 선택’들로 삶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 작은 선택 하나하나가 모여, 결국 나라는 사람의 형태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계획된 삶'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내가 어떤 태도로 삶을 맞이하느냐입니다. 심즈 속에서처럼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현실에서도 우리는 분명히 자신의 삶을 조금씩 다듬고 설계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갈망하는지를 조금씩 더 명확히 알게 됩니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실패해도 되는 세계. 심즈는 그 가능성을 조용히 속삭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가상의 공간에서 진짜 삶의 힌트를 하나씩 얻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