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갑상선암 수술 후 식단 가이드( 회복기,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음식의 언어 )

by ggwari87 2025. 7. 10.

수술대에서 내려온 몸은 생각보다 조용했습니다. 통증보다는 낯선 공허감이 먼저 밀려왔습니다. 마취가 풀리자마자 간호사는 작은 종이컵에 담긴 물과 함께 하얀 약 한 알을 건넸습니다. 그 약은 평생을 함께할지도 모를 갑상선 호르몬제였습니다. 갑상선을 절제했다는 것은, 제 몸이 더는 스스로 호르몬을 생산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뜻이었습니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그날 이후 저에게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병원 식판 위에 조심스럽게 놓인 미음 한 숟가락. 그것은 단순한 영양 섭취가 아니었습니다. 먹는다는 것은 회복이고, 생존이며, 다시 살아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수술 직후의 식단은 자극을 최소화하고, 소화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맑은 미음에서 시작해 진밥, 부드러운 반찬, 익힌 채소로 식단 단계를 조절해야 합니다. 목의 절개 부위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씹는 행위조차 피로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시기에는 '조리된 부드러움'이 핵심입니다. 삶은 감자, 두부, 연근 조림, 맑은 된장국 등이 회복 초기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식사는 '소박한 치유' 그 자체였습니다. 따뜻한 국물 한 숟가락에도 몸은 반응했고, 마음도 함께 따뜻해졌습니다.

 

✔️항염·면역 식단의 기본 원칙

제가 직접 만든 토마토스튜입니다. 맛있겠죠?
토마토, 당근,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그리고 돼지고기를 숭덩숭덩 썰어넣은 스튜입니다.

 

회복기는 단순히 수술 부위가 아물기만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염증과 면역 체계의 혼란을 바로잡아야 하는, 중요한 회복의 단계입니다. 이 시기를 저는 ‘두 번째 치료기’라 부릅니다. 외과적 수술로 병변은 제거되었지만, 몸 전체의 컨디션은 여전히 어수선했습니다. 항염 식단의 핵심은 ‘몸속의 불씨를 끄는 음식’을 고르는 일입니다. 오메가3가 풍부한 연어, 고등어, 아보카도, 올리브오일, 생강, 마늘은 기본 식재료가 되었습니다. 특히 연어구이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꾸준히 섭취하려 노력했습니다. 브로콜리, 파프리카, 베리류, 케일, 호두 등은 항산화 기능이 뛰어나 회복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단백질은 매일 섭취해야 하지만, 가급적 '부드러운 단백질' 위주로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닭가슴살을 삶아 찢은 죽, 반숙 달걀, 무염 두부조림은 소화가 쉬우면서도 포만감을 주는 식품이었습니다. 된장국에 감자, 버섯, 애호박을 듬뿍 넣어 밥을 말아 먹는 식사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안정시켜 주었습니다.

회복기 식단은 제게 점점 ‘처방전’이 되었습니다. 음식을 통해 내 몸의 요구를 읽고, 해석하며, 반응하는 훈련이기도 했습니다.

 

✔️호르몬 약 복용과 식사 타이밍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익숙한 일입니다. “공복에 복용하고, 최소 30분 후에 식사하세요.” 이 지침은 단순하지만, 실생활에서 지키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물 한 컵과 함께 약을 복용합니다. 이후 약 40분간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기다립니다. 이 시간은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며 하루의 리듬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칼슘이나 철분이 포함된 음식 또는 보충제를 호르몬제와 함께 복용하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칼슘은 갑상선 호르몬제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제품이나 멀티비타민 등은 복용 후 최소 4시간이 지나야 안전합니다. 철분 보충제도 마찬가지로 단독 복용이 원칙입니다. 갑상선암 수술 이후에는 '식사 전'과 '식사 후' 사이에 존재하는 이 30분에서 60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짧은 시간은 회복을 좌우할 만큼 결정적인 순간입니다. 작은 알약 하나로 시작되는 하루가, 식습관의 큰 변화를 이끈 셈입니다.

 

✔️식단이라는 ‘자기 돌봄’의 실천

갑상선암 수술 후의 식단은 단순한 회복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을 돌보는 가장 구체적인 실천이며, 일상을 회복하는 작은 의식입니다. 회복기에는 "오늘 내가 나를 위해 어떤 음식을 고를 것인가"를 묻는 일이 반복됩니다. 몸의 컨디션에 따라 조심스럽게 재료를 고르고, 익히고, 간을 맞추는 과정은 그 자체로 자기 연민이자 치유의 리추얼입니다. 마음이 불안정할 때는 된장국이나 들깨 미역국처럼 익숙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찾았습니다. 에너지가 필요할 때는 퀴노아 샐러드, 생선구이, 고구마찜을 선택했습니다. 식단은 어느새 '자기 인식'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잘 먹는다는 것은 단지 건강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보는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나를 위한 한 끼를 챙기는 그 행위는, 스스로를 잊지 않는 방식이었습니다.

 

✔️맺으며...

갑상선암 수술 후 식단은 회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그 여정은 때로는 조심스럽고, 때로는 성찰적이며, 무엇보다 꾸준함을 요합니다. 저는 이 식단을 통해 다시금 제 몸과 마음의 언어를 배웠습니다. 단순히 살아가는 것이 아닌, ‘돌보며 살아가는 삶’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이 글이 같은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안내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